“아, 박우진. 게임 그만해.” 옆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우진이 얄미워 대휘는 발가락으로 우진의 등을 쿡쿡 찔렀다. 아, 이 판만 깨고. “이럴 거면 나 왜 오라고 했는데.” 뾰로통한 대휘의 표정에 눈치를 살살 보던 우진이 일시정지를 누르고는 대휘를 돌아보며 말했다. 대휘야. 두 손으로 대휘의 어깨를 꼬옥 잡은 채였다. “진짜 이 판만 깨고.” “나 갈게....
난 네 과거를 알고 있다 책상 서랍에 들어 있던 사진 한 장과 편지. 대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몸서리쳤다. 안 돼. 내가 어떻게 세탁한 과건데. 손에 든 사진이 구겨질 정도로 힘을 주고는 머리를 흔들어댔다. 이 사진이 더 이상 퍼져서는 안 돼. 절대, 절대 안 돼! 두 달 전, 미국에서 보낸 6년의 세월을 청산하고 서울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대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두 손을 모으고 '할 수 있다'를 속으로 정확히 세 번 외치고서야 대휘는 겨우 학원에 들어설 수 있었다. 심각한 길치 방향치에 공간지각능력마저 제로인 대휘에게 운전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필기시험은 다행히 턱걸이로 합격했지만 문제는 실기였다. 학원 내 주행수업을 할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엉...
대휘는 설레는 마음으로 고속버스에 올랐다. 드디어 지훈이형과 같은 곳에 있을 수 있어! 자리에 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폰에 저장된 지훈의 사진을 훑어보았다. 지훈은 국가대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이자 최근 뉴스란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스포츠 스타였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 아이돌 뺨치는 외모로 그 인기가 실로 대단했다. 특히 경기 후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선보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우선 이 소식부터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방송을 시작한 대휘가 두 손을 모으고는 눈을 반짝였다. 진영이 노트북을 무릎 위에 둔 채 소파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희 흥신소가 드디어 사건을 하나 해결했답니다! 짝짝짝!” 입으로 짝짝짝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자 소파에 있던 진영도 크게 박수를 쳤다. 이대히...
선생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대로 있다간 제가 미쳐버릴 거 같아서요. 아는 분이 선생님이 이 분야에 전문이시라 해서 제가 무리하게 예약을 잡았어요. 아, 네. 말씀을 드리자면. 처음엔 저희 부부한테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저희 잘 사귀고 결혼도 잘 했거든요. 그런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애써 외면했던 것 같아요. 처...
맥주와 떡볶이, 줄여서 맥떡. 성우가 일 년 전 자신만만하게 개발한 떡볶이 소스로 창업한 떡볶이집이었다. 그 간판이 걸리던 날, 성우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열 평 정도 되는 작은 규모에 허름한 가게였지만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만 일구어낸 결과물이었기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 장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가게...
대휘는 가만히 서서 자신의 자취방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지저분하진 않지만... 요즘 한창 썸을 타고 있는 진영을 초대하기엔 살짝 부끄러웠다. 평소 그렇게 깔끔을 떠는 성격도 아니라 대충대충 정리하며 살아온 탓에 청소 또한 미숙했다. 그렇다고 이 작은 자취방에 큰 청소기를 들여놓기도 그렇고 어떡하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폰을 하던 대...
대휘는 대기실에 앉아 진영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방금 전까지 언성을 높여 싸운 게 무색하게 진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다른 형들과 떠들고 있었다. 씩씩대는 건 자신뿐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지. 대휘는 기본적으로 많이 예민한 성격이었다. 자신도 알고 남들도 알 정도였다. 또 다른 남자애들과는 다르다는 것도 살짝은 느끼고 있었다. ...
“형, 마실 거 뭐 드릴까요? 주스랑 커피랑 다 있어요.” 대휘가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우진이 누워서 만화책을 보던 사무실 소파에 손님이 앉아 있었다. 흥신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 손님은 대휘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대휘의 미남 레이더에 걸린 교내 미남 순위 2위, 바로 학생회장 지훈이었다. “어, 그럼 주스 ...
“야, 이대휘. 아직도 삐쳤냐?” 대휘의 어깨를 툭툭 쳐도 아무런 답이 없자 진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뭘 저렇게 오래 삐쳐있어. 대휘는 앉은 채로 교실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한 옆모습에선 절대 너를 돌아보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어쩔 줄을 모르고 대휘의 주변을 서성이던 진영은 종이 치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뒷모...
영감을 준 친구들 D&S에게 감사를 대휘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 시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옷을 입고있긴 좀 그렇겠지 싶어 보라색 후드티에 검은 트레이닝복 바지를 챙겨 입었다. 모처럼 쉬는 주말이건만 엄마의 닦달에 못 이겨 '정리 컨설팅'이라는 걸 받아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대학생 방이 이 정도면 깔끔한 편이야, 엄마. 억울해서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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